어렸을때부터 동물이라면 사족을 못썼다.
그런 내가 가장 유혹을 이기기 힘들었던 것은 학교앞에서 파는 병아리였는데
언제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한두마리씩 사오곤 했다.
몇번의 실패를 겪고 나서 '건강한 병아리를 고르는 법'같은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고
당시에서는 처방전이 없어도 약국에서 쉽게 소염제를 구할수 있었기 때문에
닭만들기 성공률이 꽤나 높았다.
.. 뭐 그런데 닭 되서 마당에 내놓으면 고양이가 채가거나 심지어 동네사람이 훔쳐간적도 있었다.
열두살의 어느날도 학교앞에 병아리 장수가 와있었고
한참을 어느놈이 건강할까- 관찰하다가
'상태 안좋은 병아리만 골라데려다 판다는' 그곳에 안어울리게 파닥거리는 한녀석을 데려왔다.
그날 저녁엔 왠종일 병아리와 둘이 놀았고
그녀석은 병아리중엔 분명 천재였을거다.
.. 아니면 내가 순진했거나
"삐약아" 부르면 삐약삐약하고 대답했고
조금 높은곳에 올려놓고 손으로 계단을 만들어주면 곧잘 타고 내려왔다.
...... 병아리한테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그전에 병아리들은 그런거 못했다. ㅠ_ㅠ
그 다음주의 일요일, 병아리와 나의 둘만 아는 훈련이 거의 100%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을때
드디어 나는 이 천재 병아리를 가족에게 공개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아빠는 마루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고 나는 자랑스럽게 아빠에게
"아빠 이 병아리 천재야 봐바!"하고 아빠 어깨 위에 올려놓고 우리의 장기인 "손계단 타고 내려오기"를 선보이려 했다.
그러나 무정한 아버지는 간지러!하고 몸을 트셨고,
그 바람에 병아리는 소파에 앉아있던 아빠의 어깨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그 병아리는 다리가 부러졌고,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몇일못가 죽었다.
기르던 강아지가 죽었을 때보다 더 슬프게 울었다.
병아리는 병아리면 되는건데 왜 괜히 이상한건 가르쳐서.
아니 가르쳤더라도 나만 알면 되는건데 왜 자랑하려 들어서.
그 뒤로 다신 학교앞에서 병아리를 사지 않았다.
무엇인가를 나에게 익숙하게 만든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것보다 무서운 것은 함께 길들여지는 나 자신.
그 길들임이 조그만 병아리여도, 심지어 사람이라면.
아마 크게 친한 사람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며 '이 다음 답문은 이렇게 오겠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답문이 왔을때, 등골이 서늘해진다.
이 사람의 패턴이 익숙해졌다.
그러면 나는 나의 방식을 가르치고, 결국엔 내 허영으로 상대를 죽여버리기전에
도망쳐야한다.
주위에는 주로 다음이 예상되지않는 통통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래봤자 농담따먹기 상대밖에 되지 않더라.
그리고 드물게, 병아리과가 있다.
끈질기게 따라붙어서 도망치기에 실패했거나
내가 눈이 멀어 도망칠수 없었거나
말을 한다
생각한 답이 돌아온다
생각한 말을 한다
생각한 답이 돌아온다
그것은, 내가 그를 아는 만큼 나를 알기에
최선의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대답을 건넨다.
익숙해진 것은 나다.
그러다 어떤 사람을 만났을때 말을 건넸다.
당연히 그와 같은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순간 역정이 났다. 왜 여기서 '그런 말'을 해주지 않는거야?
왜 나의 역정을 듣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는 그 사람은 나에게 이상하다고 했다.
잠깐의 짜증이 가라앉자 씁쓸함이 밀려왔다. 이래서 싫었는데. 병아리 키우기는.
날려보낼 때가 왔다.
그것이 날 수 없다 할지라도.
그것이 날 수 없음을 내가 알고있다 할지라도.